수익률 수천 퍼센트 자랑하던 슈퍼개미는 어디로 갔을까?
- 운용자산 규모가 작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천억 대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면서, 주로 코스닥 중소형주에 대한 집중투자로 큰 수익을 것들로 알려진 이들이 주가를 춤추게 만든다. 일명 '슈퍼개미'다.
자전거 열풍 예견한 박영옥 씨
- 금융위기로 증시 분위기가 흉흉하던 2008년 10월, 개인투자자 박영옥 씨는 삼천리자전거 주식 5.06%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삼천리자전거를 매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 용품 업체인 참 좋은 레저의 지분도 취득했다. 지분 매입 후에도 별 움직임이 없던, 자전거주의 주가는 해를 넘긴 후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했다.
- 이명박대통령이 4대 강 주변에 자전거 길을 조성하고, 주요 도시들을 자전거로 연결하는 등, 자전거 사용률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살리겠다고 밝힌 이후부터다. 5000원대에서 횡보하던 삼천리자전거의 주가는 두 달만에, 3만 원대를 넘었고, 참 좋은 레저도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다.
- 당시 삼천리자전거는 국내에 자전거 생산설비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참 좋은 레저 또한 펀더멘털이 튼튼한 회사가 아니었지만, 개인자금 유입에 아무런 지장도 주지 못했다.
미국에 사는 슈퍼개미 A씨
- 전업투자자 A 씨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미국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부인 뒷바라지와 한국 주식투자가 전부다. 미국에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A 씨는 유명하다. 그가 산 종목은 언젠가는 오르는 종목으로 통한다. 주식시장에 입문했을 때, 그는 상한가 따라잡기 등의 기법을 이용한 초단타매매를 주로 했다.
- 가치투자로 투자철학을 바꾼 이후,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언론에 나온 기업뉴스를 종합해 심사숙고 끝에 투자를 결정한다. 그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가 나오면, 해당 종목의 주가는 대개 상한가를 기록한다. 변동성은 크지만, 결국 장기적인 측면에서 상승흐름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 공시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끔 지인들을 통해 A 씨가 어떤 종목을 매수했다는 소문을 듣는 경우가 있다. 소문을 듣고 해당 종목 주가를 지켜보기만 수차례, 결국 언젠가는 오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해당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은 기다리다 지쳐, 손해를 보고 팔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1. 개인 투자자의 원금회복을 도와준다?
- 진짜 성공한 슈퍼개미들은 자신의 신분을 절대 노출시키지 않는다. 박영옥 씨는 수십 년간 주식시장에 몸담아 왔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한 두 번, 그리고 A 씨의 인터뷰는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성공한 언론이 없다. 증권사 투자설명회나 방송, 언론 등에 나와 스스로를 마케팅하기 시작한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투자로 돈을 버는 슈퍼개미가 아니다.
- 20대의 나이로 100억의 돈을 벌었다 하고, 누구는 이미 너무 많은 돈을 벌어 더 이상 돈이 필요하지 않아, 자신만의 투자기법을 개인에게 공유한다고 말한다. 몇 년 동안 개미들의 원금회복을 도왔다는 사람도 있다. 진짜 주식으로 돈을 번 고수들은 이들을 '사이비'라고 칭한다.
- 어느 누가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 줄 투자기법을 공짜로 공개할 것이며, 주식으로 번 돈을 쓰며 살기도 바쁠 텐데, 개인투자자들 원금회복에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겠나?
개미 잡아먹는 슈퍼개미
- 사실 슈퍼개미가 돈을 버는 과정을 단순화해서 보면, 개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유명한 슈퍼개미가 주식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발 빠른 개미들이 추종매매에 나서면,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내용이 공시나 뉴스를 통해 알려지면, 뒤늦게 너도나도 매수에 나선다.
- 이 과정에서 주식을 파는 사람은 없고, 살려고 하는 사람은 많아지는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거래량이 거의 없음에도 주가는 며칠씩 연속 상하가를 기록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충분히 돈을 번 슈퍼개미는 이때부터 주식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조금씩 물량을 풀면서, 뒤늦게 주식을 사려는 개인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 주가의 상승추세가 꺾였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 알게 된 개미들이 하나둘 주식을 던진다. 이렇게 주가가 급락하면, 기다리고 있던 슈퍼개미는 또다시 주식을 헐값에 사들인다. 보통 개미는 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뒤늦게 쫓아가는 개미들의 피 같은 돈은 결국 슈퍼개미에게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다.
2. 월 100만 원짜리 증권 방송의 실체
-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 증권사에서 운용하는 사람들은, 각종 광고글로 인터넷 포털을 어지럽게 도배하는 유사 투자자문사와 그들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 금융당국이 불만이다. 이런 홍보글의 제목들을 읽어보면, 기자들 사이에서 하는 말로 참 섹시하다.
- 5억으로 6년 만에 2000억 벌었다는 얘기는 약과다. 20대 나이에, 주식으로 100억을 벌어서, 이제는 투자에 실패한 개미들의 원금회복을 돕고 있다는 사람, 10년 동안 연구해서 정립한 본인만의 3대 투자철학을 무료로 공개하겠다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이런 광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 3가지
1) 본인 스스로는 더 이상 주식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는 것.
2) 봉사하는 마음으로, 개미들의 원금회복을 돕자는 취지에서 카페나 방송을 한다는 것.
3) 자신은 다른 사이비 고수들과 다르다는 것.
주식 방송/카페의 투트랙 수익전략
1) 회비
- 모든 카페가 맛보기 강의나 무료 추천종목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일반회원은 매달 50~100만 원가량 돈을 내는 유료 회원들보다 한 박자 늦게 볼 수 있다. 이 정보로 매매를 하다가, 몇 번 수익을 보거나 혹은 손실을 본 회원들은 유료회원이 되면, 대박을 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 사실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도, 큰 수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추천을 믿고 계속 물타기를 하다가 단 한 종목으로 투자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리고, 쪽박을 차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카페는 꼬박꼬박 회비를 받는다.
2) 카페 운영진의 선행매매에 따른 투자수익
- 원칙적으로 유사 투자자문사에서 종목을 추천하는 사람들은 주식에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 없다. 하지만 차명계좌를 이용해 본인이 추천한 종목을 미리 사둔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별 볼일 없는 주식이라도, 회원수많은 주식카페에서 추천주로 꼽히면, 다른 재료 없이 주가가 급등하기도 한다.
- 이렇게 급등하는 주식의 처음 상승세를 만든 사람은 증권카페나 그들과 협력한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추천한 종목의 개장 초 주가를 살짝 흔들어두기만 하면, 유료회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는 급등한다. 그때쯤 무료회원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면, 이들 중 추격매수에 나서는 사람들로 인해 주가는 더 오른다. 운영진은 이 시점에 주식을 팔면 된다.
-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돈 놓고 돈 먹기인 대한민국 증시에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투자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주식 좀 해봤다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메커니즘은 다 안다. 결국 자기는 다른 개미들보다 빠르고, 스마트하다는 생각이 패망의 지름길이다.
※ 카페에서 비정상적인 상승이라는 판을 만들어놓으면, 그 위에서 개미들끼리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다. 나한테서만 안 터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고, 단 한 번의 폭발로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망해도 카페 접으면 그만
- 주식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 그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다. 우연이라도 떼돈을 벌면, 카페를 접고 모은 돈으로 다른 일을 찾거나,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여생을 즐기려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회원들로부터 외면받고, 운영비보다 수익이 적어진다면 사업을 접으면 그만이다.
- 애초에 사무실 한 칸 빌리고, 캠코더 하나 구해서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은 거의 없다. 벌만큼 벌고, 더 이상 돈벌이가 안 된다 싶으면 미련 없이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는 계속 새로운 사이비 고수들이 나타나고, 개미들은 사라진 사람보다는 새롭게 나타난 사람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3. 무조건 괜찮다는 주담의 말, 믿어도 될까?
- 기업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홍보팀은 없지만 주식담당자, 줄여서 '주담'이라는 사람이 대외 홍보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평소에는 회사 주가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다가, 홍보가 필요할 때, 기자나 애널리스트들에게 접촉해 좋은 기사나 보고서를 요구한다.
- 주담은 주주들의 문의를 상담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회사 주가가 이유 없이 빠지거나, 오를 때, 주담의 전화기는 불이 난다. 주가가 왜 이러냐고 묻는 사람부터, 너희 회사 때문에 집을 날렸다는 사람, 심지어 당장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는 사람 등 광분한 사람들의 불만을 들어도, 주담이 하는 말은 '괜찮다' 단 한마디뿐이다.
홍보의 꽃 언론담당
- 홍보팀 안에도 여러 파트가 있다. 광고파트, 사내 홍보, 사보 제작 등이 있지만, 홍보의 꽃은 누가 뭐라 해도 언론홍보다. 이들은 회사에 긍정적인 내용을 언론에 기사화시켜, 광고비를 절감하고 부정적인 내용이 기사로 나오는 것을 막는 일을 한다. 중소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주담 한 명 또는 일부 인력이 이 모든 일을 다 한다.
- 이들의 지상과제는 담당 기자와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 및 유력 신문매체 7~8곳 정도가 집중 관리대상이다.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은 점심이든, 저녁이든, 자리를 만들어서 얼굴도장을 찍어야 한다.
홍보맨과 주담의 차이
- 대기업의 경우, 회사의 속사정이 유출된 기사가 나오면 무조건 홍보팀이 징계를 받는다. 원칙적으로 홍보팀이 아닌 사람은 홍보팀의 감시 없이 기자와 만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내부 정보통제 시스템이 대기업만큼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정보가 새도 주담의 잘못이라고 무조건 몰아붙일 수가 없다.
- 이런 맹점을 이용해서 주담이 친한 기자나, 애널리스트에게 정보를 흐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주담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다. 중소기업 주담은 대기업에 비해, 홍보맨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깊기 때문에, 때로는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공식 발표 시점보다 일찍 알 수 있다.
- 주담은 대기업 홍보맨과 달리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회사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개인 주주 입장에서는, 상장사는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주주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주담이 특급 소스라고 떠벌리는 얘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핵심 정보가 아니다.
- 상장사 주가에 큰 영향을 줄만한 내부정보는 경영자나 최대주주 등 일부 핵심 임원들만 안다. 이 정보가 주담에게까지 들어갔다는 건, 위쪽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정보를 시장에 흘릴 때가 됐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게 아니라면, 회사 내부의 정보시스템이 취약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회사는 성공할 가능성이 제로다.
- 주담을 통해 가벼운 사실 정도는 확인할 수 있겠지만, 투자 의사 판단을 좌우할 정보는 기대해선 안 된다. 주식시장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주담의 얘기는 큰 영양가가 없다고 주장한다.
4. 작전은 나쁜 사람들만 하는 것일까?
- 작전이라는 말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조치나, 방법을 강구하는 행위'를 뜻한다. 하지만 요즘 작전은 '주식으로 장난치는 행위'라는 뜻으로 널리 통용된다. 실제 "코스닥에서 오르는 종목 중 70%는 작전세력이 붙어 있다"라는 얘기가 오래된 격언으로 통한다. 작전은 위험성에 비해, 너무 친숙한 개념이 돼버렸다.
기관도 작전을 한다?
- 작전의 기본은 대량 매수나 매도를 통해, 시세를 변동시켜서 해당 종목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을 바꾸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주가가 적정가치를 벗어나, 왜곡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고, 저평가된 종목이 적정가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기업이 대량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오를 때, 우리는 이 종목에 작전세력이 붙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적정가치를 찾아가고 있다는 표현을 더 자주 쓴다.
- 작전은 기본적으로 수급의 쏠림 현상을 바탕으로 한다. 예전에는 작전하는 사람들을 작전꾼, 투기꾼 등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수급하는 사람' 정도로 완화해서 표현하는 것도, 이런 개념이 바탕이 됐다. 작전이나 기관 매수나 처음에는 똑같다. 작전주든 저평가주든, 찾아서 꾸준히 매수하는 것이다.
- 기관은 목표 보유량을 채우면 매수를 중단한다. 그리고 주가 추이를 모니터링한다. 이 과정에서 증권업계를 통해 모 운용사가 이 주식을 샀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 (전체 발행주식수의 5% 이상 샀을 경우,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 작전주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필요한 만큼의 물량을 사면, 우선 자기 자본을 이용해 다수의 계좌끼리 이 물량을 주고받으며, 시세를 올린다. 증권사 직원, 언론 등을 통해 해당 종목에 뭔가 호재가 있다는 얘기를 흘려보낸다. 이 호재는 테마일 수도 있고, 대기업의 자문 투자 루머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개미들을 혹하게 만들 거리면 된다.
분할매매만 잘해도 피박은 면할 수 있다
- 전설적인 주식 트레이더 제시 리버모어는 한 종목을 샀다가 추가로 살 때, 그 매수 가는 이전 매수가보다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어설픈 물타기는 금물이라고도 주장했다. 우리나라 증권사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저가 매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매도하고, 다른 종목을 살 것을 추천한다.
- 반면에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률을 낮춰야 한다'라며 추가 매수를 권유한다. 제시 리버모어의 전략과 정확히 반대된다. 제시 리버모어가 추천한 전략은 물타기가 아니라, 불타기다. 오르는 종목은 분명히 오르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던 종목의 오름세가 꺾이면, 그때부터 적당히 분할매도에 나설 것을 추천한다.
-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라면, 한 종목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웬만해선 하루 만에 다 팔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만약 샀는데, 해당 종목이 오를 경우 좀 더 살 생각을 하지 않고, 갖고 있던 주식을 팔지 말지만 고민한다. 빠질 때는 반대로, 손절매를 해야 하지만 물타기를 할지 그냥 놔둘지만 생각한다.
※ 분할매수, 분할매도만 잘해도 작전세력에게 걸려, 피눈물을 흘리는 일은 그나마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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