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기 놀이터' 코인 시장
- 7월 23일 오후 10시, '어베일' 코인이 빗썸에 상장됐다. 상장 때 236원으로 거래가 시작된 어베일은 불과 15분 만에 3500원까지 치솟았다. 상승률만 따지면 1383%에 달한다. 다음 날 오후 3시쯤 어베일은 296원대로 폭락했다. 24시간도 안돼서 12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어베일은 글로벌 시가총액 6조원에 달하는 폴리곤(시총 21위)을 개발한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내놓은 암호화폐다. 블록체인상에서 모든 데이터가 참여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보장하는 기술을 내세우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빗썸에서 상장 당일 가격 흐름은 다른 해외 거래소와 비교했을 때 지정상적이었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상장 때 '펌프(가격 급상승)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상승세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어베일은 빗썸에서 같은 시간 해외 거래소 게이트아이오와 후오비 등보다 10배 비싸게 거래됐다.
어떤 일이 있었나
- '어베일 시세 조종 의혹 사건'을 두고 국내 가상 자산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차명 거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가상자산의 시세를 마음대로 움직일 정도의 물량이 외국인을 통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나면 서다. 어베일 상장 약 40분 전, 한국인 투자자로 추정되는 A 씨는 SNS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어베일을 모집했다.
A 씨는 X(옛 트위터)에 "만약 이 (지갑) 주소로 어베일을 보내면 내가 팔아서 더 많은 어베일을 다시 돌려주겠다. 이틀 정도 걸릴 것이고 만약 사기라고 생각한다면 보내지 않으면 된다"라고 영문 글을 올렸다. 외부에 공개된 A 씨의 지갑 내역에 따르면 그는 124만 1850개(약 42억 원)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빗썸에서 첫날 유통된 어베일 물량 (155만개)의 80%를 차지하는 규모다. 상장 당일 시세를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A 씨가 얻은 이익은 약 36억 원으로 추정했다. A 씨는 7월 24일 오전 2시 36분쯤 SNS에 '한국인 사랑해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 시간 어베일은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773원을 기록했다.
지갑을 통해 쉽게 송금 가능
- 가상자산은 은행을 통해 송금해야 하는 외환과는 다르게 주고 받는 게 쉽다.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소프트웨어인 '지갑'의 주소만 있으면 전송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외국인 거래가 차단되어 있다. A 씨가 총 119개 지갑에서 어베일을 받은 것으로 비춰볼 때 최대 119명의 외국인이 A 씨를 통해 국내 거래소에서 어베일을 차명으로 거래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차명거래에 돈세탁까지
- 올해 초 상장한 '만타네트워크'도 차명거래 및 자금 세탁 의혹이 제기됐다. 빗썸에서 상장 때 483원에 거래를 시작한 만타는 당일 30만 원으로 620배 폭등했다. 상장 한 시간 전 한 지갑에서 200만 개에 달하는 만타네트워크가 빗썸에 입금된 정황이 포착됐는데, 업계에서는 만타네트워크 본사 한국인 직원의 지갑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계 엔지니어로 구성된 만타네트워크 본사가 자사 물량을 한국인 직원 계좌로 보내, 차명으로 거래했다는 주장이다. 이후 해당 지갑에서 73억원 규모의 이더리움으로 바꿔 출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실명 계좌를 외국인에게는 열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이 업계에서는 암암리에 외국인의 차명 거래를 지원하는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외국인이 한국인 투자자에게 거래 대행을 요청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회 거래는 얼마든지 가능
-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에는 시세 조종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불공정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이에 따라 회피한 손실액의 두 배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만약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40억 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가상자산 차명 거래의 제재 수단은 분명치가 않다. 가상자산법에서 '부정한 수단, 계획 도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는 했지만, 금융실명거래법상 실명 거래 의무를 지는 금융기관에 암호화폐 거래소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소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급등락 거래를 두고 정상과 비정상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을 개인의 투기판으로만 여겨 방치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일부 외국인의 시장 교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법인과 외국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금지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시세조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법인과 외국인 투자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고 말한다.
어쩌다 '유동성 창구' 됐나
-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이 외국인의 '투기 놀이터'로 전락한 것은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의 시장 반응이 빠른 데다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상장 때 가격 급상승은 대체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심하다는 평가다.
이번에 시세 조종 의혹 사건이 벌어진 어베일의 경우, 빗썸에서 상장 당일 1300% 넘게 폭등했다. 같은 날 상장된 해외 거래소 와의 상승률과 차이가 크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특정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자마자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을 '상장빔'이라고 부른다.
올해 들어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암호화폐 대부분 상장빔 현상이 나타났다. 레이어제로는 상장 당일 143.2% 뛰었다. 블라스트 93%, 제타체인 67.7%, 빔 48.3%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비트 거래 80%가 알트 코인
- 급등락이 심한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을 선호하는 개인투자자의 특성도 한몫한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 1,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투자를 선호하는 법인 투자가 가로막혀 있다 보니, 알트코인 투자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높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79.9%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 암호화폐다.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비트코인/이더리움 외 거래 비중은 49.1%다. 일본 비트플라이어에서는 3.7%에 그친다.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과 펌프 앤 덤프(가격 급등락) 현상에 대한 고찰'이란 논문에서,
"한국은 글로벌 상위 10대 가상자산 외 자산 거래 비중이 높아 시세조종의 타깃이 되기 쉬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동성 창구'로 인식되기도 한다.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 창립자 아서 헤이스는 올해 초 SNS에 암호화폐 아테네의 가격을 전망하면서
" 에테나가 폭등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인들은 매수세에 참여하지도 않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 글: 7월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관련 글: 바이낸스(Binance) 여권 계정 '청산' 시 환불 방법
관련 글: 뉴리치의 자산 관리 방법
'경제공부 시작 > 코인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상 자산 보호법 시행되지만 사고 시 투자자 입증 책임 (0) | 2024.07.18 |
---|---|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법 내용 (0) | 2024.06.22 |
코인 투자 변하지 않을 것 들 (0) | 2024.05.15 |
바이낸스(Binance) 여권 계정 '청산' 시 환불 방법 (0) | 2024.03.24 |
월드(홍채) 코인 국내 발행 중단 (0) | 2024.03.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