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SPAC) 투자 타이밍
-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펙(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스펙은 기업과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상장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투자자는스펙에 투자해 간접적으로 M&A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원금과 예금 금리에 준하는 이자 수입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해 청산되는 스팩 수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팩 주관사와 발기인, 상장 후 거래 규모, 주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똘똘한' 스펙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합병 기업 잘 찾으면 최고 375% 수익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펙 기업공개(IPO) 건수는 2020년 19건에서 2021년 25건, 2022년 45건, 2023년 3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5월 말까지 16건이 신규 상장했다. 스팩 합병 건수도 2020년부터 매년 17~18건으로 늘었다. 5월 말까지 스팩 합병 건수는 8건이다.
스펙이 우량 기업과 합병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작년 1월 이후 스팩 합병 상장한 기업 26곳을 조사한 결과, 스팩 투자자는 평균 39.8%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8곳은 합병 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높았고, 나머지 8건은 낮았다.
스펙(SPAC)이 란
- 스펙은 상장 이후 3년 이내에 다른 기업 합병을 완료해야 한다.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아서 상장폐지된다. 모든 스팩이 합병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 이후 상장한 스팩 300곳 가운데 151곳만 합병에 성공했다. 합병 성공률이 50%를 간신히 넘는다.
60곳은 청산했으며, 89곳은 합병 대상을 찾고 있다. 합병에 실패해도 공모가로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 원금과 시중은행의 3년 치 정기예금에 준하는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예치 이자는 통상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 수준이다.
- 지금까지 합병에 성공한 스팩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곳은 IBKS 제19호 스펙이다. 이 스펙은 소프트웨어 설루션 전문기업 에스피소프트와 합병했다. 4월 30일 종가는 1만 5200원으로 합병 가격(3203원) 대비 374.6% 올랐다.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에스피소프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적용된 가상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서면서 투자자 관심이 쏠렸다.
합병에 성공한다고 주가가 무조건 오르는 건 아니다
- 작년 11월 KB 제23호 스펙과 합병 상장한 세니젠은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4월 30일 종가는 3215원으로, 합병 가격(8339원) 보다 61.5% 낮다. 합병 당시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거나 상장 이후 실적을 내지 못한 종목들의 주가가 부진하다.
스팩 합병 상장은 일반 상장과는 달리,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하지 않는다. 자산과 미래 추정 실적 등을 기반으로 합병 비율과 합병 가격이 결정된다. 시장의 평가를 받지 않는 만큼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릴 여지가 있다.
공모에 참여해야 투자 위험 감소
- 스팩 투자자는 원하지 않는 기업과 합병이 결정됐거나 합병 기업가치가 고평가 됐다고 판단될 경우,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해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주식 매수 청구권은 원금에 약간의 이익이 붙은 가격에 증권사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합병 결정 이전 스펙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만 주어진다.
전문가들은스펙으로 수익을 내려면 매수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투자 위험이 적은 가장 좋은 매수 시기는 스펙이 신규 상장할 때 공모에 참여하는 것이다. 공모가에 해당하는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투자 방법으로 꼽힌다. 합병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스팩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 때 매도해 이익을 낼 수 있다.
단, 청약 경쟁률이 높아 주식을 많이 받기 어렵다. 소액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방법이다.
'큰 손' 투자자의 스팩 투자 방법
- '큰손' 투자자라면, 스펙이 청산 시점을 약 1년 앞둔 시기가 매수 적기로 꼽힌다. 합병이 본격화되기 전 공모가 근처에서 주식을 매입해 합병을 기다리는 전략이다. 합병 대상이 발표 되거나 한국거래소 승인을 얻은 직후 스팩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많다.
올해 합병을 마무리한 KB제22호스펙(카티스)은 거래소 승인 이후 주가가 공모가(2000원) 대비 2배 이상 높은 4760원까지 상승했다. 신영스팩7호(삐아) 역시 주가가 5200원까지 치솟았다.
합병 대상이 결정되기 전 주가 변동성 제일 크다
- 합병 기업을 찾기 전까지 주가가 움직일 뚜렷한 유인이 없어서다. 스팩 주가가 너무 오르면 합병 기회가 사라진다. 스팩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비상장기업 입장에서는 합병 비율을 맞추기 어렵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통상 스팩 주가가 2600원 선을 넘어가면 합병이 거의 어렵다고 본다.
금융당국이 최근 스팩 합병에 대한 심사를 더욱 세밀하게 하는 것도 합병 확률이 낮아진 요인이다. 올해 스팩 합병을 추진하다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해 자진 철회한 곳은 7곳이다. 2022년까지 5건 안팎에 불과했던 자진 철회 건수는 작년 13건으로 늘었다.
중소형 증권사 스팩 시장 선전
- 스펙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과 짝을 맺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합병 성사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나증권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스펙을 추천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상장된 스펙을 전수조사한 결과, 국내 증권사 중 하나증권이 가장 많은 스팩 합병을 성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20개 기업의 스펙합병을 수행했다. IBK투자증권(17개)과 NH투자증권(16개)이 뒤를 이었다. 중소형 증권사인 하나증권, IBK투자증권은 중소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스팩 합병률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스팩 성공률에서도 중소형 증권사 두각
- 신영증권이 7개 스펙을 모두 성사시키며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이어 대신증권(92%)과 교보증권(91%)이 높은 성사율을 보였다. 반면 미래에셋증권(57%), 한국투자증권(50%), 삼성증권(40%)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스펙합병 기업을 찾는 것은 상당한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고 입을 모았다.
3년 안에 합병 기업을 찾아내지 못하면 스펙은 상장폐지된다. 합병기업을 발견해도 합병가액에 대한 견해차로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증권사들의 스팩 합병 기업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증시 입성을 노리는 기업들이 스팩 상장 대신 IPO 직상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결과다.
-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펙은 중소형 기업이 많이 활용하는 상장 방법인 만큼 중소기업과 오랜 기간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자금을 지원한 증권사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스펙의 상장 주관사와 발기인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스펙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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