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제조기 스몰캡 애널리스트의 세계
-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크게 섹터 애널리스트와 비 섹터 애널리스트로 나눌 수 있다. 섹터 애널리스트는 담당 섹터(업종)가 있는 사람들로, 삼성전자나 현대차, 포스코, 현대 중공업과 같은 코스피 대형주를 업종단위로 묶어서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연관성 높은 2개 이상 업종을 묶어서 1명이 담당하며, 1인당 고정으로 커버하는 기업 수는 5~10개 정도 된다.
- 각 증권사마다 애널리스트들이 커버하는 기업은 비슷하며, 각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6개월에 하나 이상의 보고서를 써낸다.
- 비섹터 애널리스트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각 리서치 센터의 전략(strategist), 계량적 분석(quant)과 같은 투자전략 담당이 있고 채권, 펀드 담당 애널리스트가 있는 곳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스몰캡 애널리스트다. 스몰캡을 하나의 섹터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형주 중심의 애널리스트와 달리, 중소형주를 분석하므로 비 섹터도 된다.
- 상장사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섹터와 비슷하지만, 다루는 기업들이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시가총액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리고 지점 출신이 많다. 우량 중소형주를 발굴해내는 감각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매매경험이 풍부한 지점 출신이 이런 면에서 우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 스몰캡 애널리스트의 파괴력
- 특히 코스닥에서 스몰캡 애널리스트들의 파워는 막강하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 주거나, 주가에 전혀 관심 없는 기업이 아닌 이상, 이들의 방문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업무흐름은, 상장기업연감 및 재무제표, 금감원 전자공시를 분석해, 유망할 것으로 추측되는 종목들을 뽑아 나만의 리스트를 입수한다.
친한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으로 구성된 정보모임에서 각자의 리스트를 공유, 보완한다. 이런 식으로 취재할만한 기업의 리스트를 확정한다. 우선순위에 따라, 가장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부터 전화를 해보고, 탐방할 가치가 있다 싶으면 탐방한다. 경우에 따라, 다른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기자 및 개인 큰손 등과 동행하기도 한다.
유망하다는 판단이 들면, 보고서를 작성해 증권사 고객 및 기관투자가들에게 배포한다. 기관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영업을 다니기도 한다. 영업을 다니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른데,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탐방 후 보고서를 쓰기로 마음먹으면, 일단 보고서에 담을 콘텐츠를 정리한다.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먼저 다닌다.
- 어느 정도 기관의 참여가 예상되거나, 기관이 이미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신호가 포착되면 그때 보고서를 낸다. 이런 식으로, 시점을 조율해서 발표한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탐방 직후 내는 것보다 단기성과가 좋은 편이다. 여기서 성과란, 보고서 발표 이후의 주가 상승을 말한다.
보고서 중 평가의견이 없는(Not Rating) 보고서들이 있다. 이 보고서가 스몰캡 애널리스트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기업의 내용을 본 후 본인의 느낌과 그 느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숫자만 있다면, 어떤 기업에 대해서라도 보고서를 쓸 수 있는데,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제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표 이후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보고서만 보고하는 필승 스몰캡 투자?
- 스몰캡 보고서가 나오는 날, 해당 종목의 주가는 장 초반 거래량이 폭증하며, 급등세를 보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강도가 약화되고, 때에 따라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물론 이틀 연속 급등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길어봐야 3~4일이면 급등세는 꺾인다.
- 당일에 주식을 산다면, 잠깐 평가이익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좀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 버티다, 며칠 후 평가손실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발 물러서는 태도가 필요하다. 보고서가 나온 날 추세를 지켜보다가, 누군가가 털려고 했던 물량이 정리됐다는 느낌이 들 때, 매수하는 게 전략이다.
- 애널리스트가 탐방까지 갔다 온 기업이라면 실체는 우량할 가능성이 높다. 단, 미리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나, 기존 주주들이 보고서를 이용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물량이 소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띄운 기업은, 분명히 다른 사람도 달려들게 되어 있다. 무명이었던 기업이 여러 스몰캡 애널리스트의 손을 거치면서 NHN 같은 중견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2. 개미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공모주 투자의 실체
- 공모주가 상장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에서 보통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상장 결정이 완료되면, 업무를 주관해줄 증권사를 찾고, 주관사 선정이 완료되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다. 통과되면,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 및 공모가 결정, 청약 및 주금납입 등을 거쳐 상장된다.
※ 공모주 상장 과정
1. 내부적으로 상장 검토 완료
2. 상장업무 주관할 증권사 선정
3.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 제출
4.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5. 수요예측 및 공모가 결정
6. 청약 및 주금납입
- 수요예측 단계는, 상장 직후를 기준으로 해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받는 것이 합당한 지를 기관 투자가로부터 냉정하게 평가받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국내외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참여하며, 이들은 주관사가 설정한 공모가 구간(밴드) 중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과 배정받고 싶은 주식수를 써낸다.
이 가격을 참고로 해서 공모 가격이 정해지고, 기관들에게 물량이 배정된다. 그 이후에 개인투자자들의 청약이 실시된다. 청약에서 개인은 기관이 정한 공모 가격을 기준으로, 1인당 최대 배정량 이내에서 받고 싶은 주식수를 신청하고, 지급해야 할 돈의 50%를 증거금으로 낸다.
개인 청약 후 청약률이 집계되고, 이것에 따라 본인이 써낸 것만큼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청약률이 100%를 넘으면, 본인이 써낸 주식수보다 적은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공모 청약이 끝나고, 주식이 상장되면서 당일 오전 9시 전까지 매수 및 매도 호가를 접수받아, 이것을 토대로 시초가가 결정된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사이로 정해지고, 결정된 후부터는 일반 주식과 똑같이 거래된다.
공모 청약을 놓쳤다면 일단 기다려라
- 장외기업이 상장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과 한국 거래소로부터 몇 차례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실체, 주력사업의 성장성, 재무안정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받게 된다. 회사나 상장 주관사는, 상장을 통과시키기 위해 회사가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부풀리기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없는 자산을 있는 것으로 쓰거나, 실적을 상향 조정하는 등 직접적인 조작은 거의 없지만, 자산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써넣는다던지, 상장 이전에 반영됐어야 할 비용을 상장 이후로 미룬다던지, 상장 이후 발생할 수익을 상장 이전 시점으로 가져오는 등의 조정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공모가를 높게 인정받아,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인이 나온 후에는, 기관을 조심해야 한다. 기관들 간 공모주 배정의 경쟁률은 일반적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 청약에 비해 낮다. 그래서 공모가에 주식을 대량으로 배정받은 후 상장 초기에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 개미 입장에서 중소형 공모주에 투자할 때, 가장 큰 적은 바로 투기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는 기관들이다.
공모주일수록 대형주 중심으로
- 기관이라도, 빨리 팔지 않고 장기간 보유할 것 같은 종목을 사는 게 공모주 투자의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공모주 투자로 하루 만에 10%를 버는 사람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이 한 달 동안 매매를 지속한다면, 월간 수익률 10%를 넘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3. 진짜 알짜 기업은 애널리스트와 기자를 거부한다.
- 기자나 애널리스트에게는 숨어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시장에 알려서 적정가치를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다. 탐방을 거부하는 기업들은 무수히 많다. 부산, 경남, 창원에 형성된 조선업 관련 부품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매출액이 1000억 원이 넘는데도, 시가총액은 200억 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알짜기업을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부각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대체로 오너의 지분율이 높고, B2B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일반인들의 관심은 어쩌면 필요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그 기업이 정말 성장에 관심이 있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고, 현재에만 머물러 있으려는 기업은 결국 도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자주 언론에 나오거나 증권사에 무조건 긍정적으로 거론되는 기업도 주의해야 한다. 먹튀를 하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4. 코스닥 소형주에 외국계 투자자가 모이는 이유
- 과거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에게 최후의 수단은 사채였다. 은행 지점에서 대출을 거부받고, 본점까지 찾아가 사정사정하다가 결국 실패한 사람들에게 사채는 나중에 무슨 결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마지막 희망이었다. 사채업자들은 삼삼오오 은행 본점이 있는 명동으로 모여들었고, 지금의 사채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 사채업자들 사이에 떠도는 말로, 코스닥 상장사 대주주 지분의 절반은 명동 사채업자들이 쥐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사채는 코스닥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채업자들의 횡포에 시달리던 경영진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이 외국계 사모펀드다.
전문가로 무장된 외국계 사모펀드
- 외국계 사모투자펀드는 대체로, 큰 자금을 굴리는 글로벌 투자회사다. 한국지점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오랜 기간 M&A 업무를 담당한 선수들이며, 함께 일하는 법무법인도 막강한 곳들이다. 그렇다 보니 전문지식이 부족한 코스닥기업들은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해지펀드들은 주로 경영권이 위태롭거나, 단기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접근한다. 처음 접근할 때는, 일반적인 조항을 담은 계약서를 보여주며 기업가치에 근거한 정상적인 투자라고 광고한다. 하지만, 계약 당일 해지펀드가 내미는 계약서는 갖가지 무시무시한 특약 조항으로 가득 찬 계약서다.
- 회사채 발행, 대표이사 교체, 정관 내용 변경, 대주주 지분 처분 등 회사의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할 때는 무조건 해지펀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장 돈이 급한 기업들은 특약에 어떤 조항이 있는지 미처 확인도 못 한 상태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가 나중에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 가장 대표적인 특약이, 감자 후에도 행사가액이 변하지 않는, 이른바 '황금 BW'다. 일반적인 BW는 행사 전 회사 보통주에 대한 감자가 일어날 경우, 행사금액도 감자비율에 맞춰 높아진다. 하지만황금 BW 조항은, 회사가 힘들어져 감자를 하더라도, 주주로서 책임을 나누는 게 아니라, 차익을 추가로 거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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