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도박판 선물옵션 시장
- 한국은 가전제품, 반도체, 선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금융산업은 매우 낙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선물옵션 시장은 얘기가 다르다. 한국 선물옵션 시장은 거래금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대표 상품인 코스피 200 선물만 봐도, 하루에 수십조 원의 돈이 왔다 갔다 한다.
- 다른 선물옵션 거래까지 포함하면, 그 금액은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코스피 주식거래대금이 10조 수준이니, 현물의 10배에 이르는 선물옵션 거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선물옵션은 선물을 이용한 옵션거래를 말한다. 선물은 현물의 반대말로, 결제하는 시점에서 대금이 지급되고, 재화의 소유권이 이전된다.
- 선물은 결제일로부터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약정된 금액에 재화가 판매된다. 선물옵션은 이 같은 선물거래를 정해진 가격에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상품화한 것이다. 만기일에 권리를 행사해도 되고, 행사하는 것이 더 손해라고 판단될 경우 행사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 주식과는 다르게, 완전한 제로섬(Zero Sum) 게임이다. 누군가가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약이 성사되어야 하고, 계약이 성사된다는 것은, 누군가는 그 옵션을 행사하든 말든,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된다. 선물옵션 시장은 주식시장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장한 각오를 품은 개미들도, 하루아침에 대박과 쪽박이 판가름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식형 펀드도 고위험 상품
- 코스피가 꾸준히 상승할 때는, 펀드는 물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왠만한 포트폴리오 구성형 투자상품은 양호한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장이 꺾일 때는, 이런 상품은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기초자산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 특히 주식형 펀드는 상품 특성상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의 편입 비중이 높다. 대형주는 대체로 시장 방향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이 중 여러 개를 골라 분산 투자한다고 하지만,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역시, 고위험 상품의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문사 상품, 랩어카운트 등 새로운 개념의 상품이 쏟아져 나오니 인기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종목수보다 많은 펀드수
- 코스피,코스닥의 상장 종목수를 모두 합치면 약 1800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의 수는 7000~8000개에 이른다. 이들 중 절반 이하는 설정액 100억 이하의 소규모 펀드, 이른바 '자투리 펀드'다. 운용규모가 큰 펀드라 할지라도, 각 회사별로 상품군이 비슷하다.
-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투자철학으로, 독창성 있는 펀드를 개발하기보다, 타사에서 흥행한 상품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성과도 좋다. 이런 이유로, 운용사는 펀드의 질을 개선하기보다는, 매년 새로운 펀드를 출시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전략을 주로 추구한다.
- 흥행에 실패한 펀드는 운용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고, 수익률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견디다 못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면 자투리 펀드 신세가 되기도 한다. 등록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설정액 50억을 넘기지 못한 펀드는, 운용사가 임의로 해지할 수 있게 하고, 운용방식이 유사한 소형펀드를 통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계절 따라 바뀌는 철새 펀드매니저
-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은 컨설턴트, 애널리스트와 함께 경영학과 졸업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입사하는 사람들의 스펙도 대체로 매우 높고, 기대하는 연봉 수준도 매우 높다. 그러나 고용체계는 계약직이 많아, 연봉에 따라 이직이 굉장히 심하다.
- 주식형 펀드 운용은 주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 중 특정 팀이 전담하게 된다. 팀장은 운용본부장으로부터 거시적인 매매전략을 전달받아 실무진들을 데리고 실제 매매를 진행한다. 팀장이나 본부장도 다른 직업군에 비해, 이직이 잦은 편이다. 담당 펀드매니저가 교체된다고 무조건 수익률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처음 투자했던 펀드와 운용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계좌는 쪽박 차는데, 울화통 터지는 수수료
- 운용보수보다는 판매와 동시에 선취형으로 수수료를 징수하는 상품이 많았고, 이런 상품들을 주로 추천했다. 판매만 하면 된다는 심리였던 것이다. 이후 펀드 수수료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운용보수 형태로 수수료를 받는 펀드가 많이 생겨났지만, 전적으로 운용보수에 의존하는 랩어카운트가 나오면서 위협받기 시작했다.
10년 만에 688% 수익 거둔 펀드 투자 초고수
- 펀드 투자는 장기투자가 유리하다. 펀드 투자 한 가지만으로, 대박을 거둔 A 씨는 경제나 재테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IMF 직후 시작한 그의 펀드 투자 10년 수익률은 688%에 이른다. 그의 원칙은, 국내 주식형만 투자, 선 학습 후 가입, 장기투자 크게 3가지다.
- 가입을 하기 전에, 몇 개의 펀드에 가입할지 정확히 정한 후, 그 2 배수 이상의 펀드를 스스로 선정한다. 증권사 직원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은 스스로 세워야 한다. 자체적으로 선정한 펀드를 갖고 직원을 만나면, 휘둘릴 위험도 없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 한 번 가입한 펀드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소한 3년 이상 보유한다. 잔고확인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하며, 특히 주가가 급락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는 절대 확인하지 않는다. 좋은 펀드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운용실적이 있는 펀드다. 운용팀이 제대로 자리 잡고, 팀워크가 생겨 본연의 실력을 발휘하기까지 3~6개월은 걸리기 때문이다.
※ 운용 상담 펀드매니저에 대한 체크도 필수다. 연봉에 따라 철새처럼 움직이는 사람은 위험하다. 펀드매니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의 통합 전자공시 서비스에서 검색해 볼 수 있다.
자문형 랩(Wrap) 대세인가? 폭탄인가?
- 랩어카운트는 주식형 펀드와 비슷하지만, 운용성과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손실을 내고도 수수료는 받아 챙겨가던 주식형 펀드에 분노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했다. 특히 고액자산가들만 접근할 수 있던 투자자문사의 종목 선정 능력을 접목시킨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중산층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자문형 랩이 인기 있는 이유는?
- 자문형 랩은 투자자문사에서 제공한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증권사의 담당 운용부서에서 관리하고 수익을 추구한다. 자문사와 일임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3~5억, 최소한 1억의 거금을 맡겨야 했다. 반면에, 자문형 랩은 최소 가입금액이 2000~5000만 원 정도로, 비교적 낮으며 적은 금액으로도 자문사의 고급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자문형 랩의 함정 '쏠림현상'
- 자문형 랩이 높은 수익률을 거둔 이유는, 단순히 그들이 투자한 기업의 실적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자문형 랩을 믿고 추종매매에 나선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소 투자금액 이상을 넣어둘 이유가 없다.
- 포트폴리오에 어떤 종목이 담기는지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해서, 이 포트폴리오대로 매매하면 수수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자문형랩을 따라 움직이는 자금이 수십조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본인도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그들은 절대 앞으로 어떤 종목을 살지 얘기해주지 않는다.
- 대신 어떤 종목을 샀는지를 얘기한다. 이처럼 추종매매는 추종매매를 낳으면서, 자문형랩 전체에 거품을 형성한다. 거품은 순식간에 꺼질 수 있다. 자문사가 사는 주식 중심으로 시중자금이 지나치게 쏠리는 상황에서, 해당 종목의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시점은 실적이 나빠질 때가 아니라, 자문형 랩 자금이 빠져나갈 때다.
자문형 랩도 한철 장사
- 투자전략을 보면, 자문형 랩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10년은 전 세계 유동성 확대로 주식의 전반적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 상황으로 회복되는 단계가 진행될 때였다. 당연히 우량주 집중투자라는 자문형 랩의 전략이 잘 들어맞았다.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소규모 자산가들의 자금까지 빨아들였다.
- 반면 2011년은 일본 지진에 따른 반사이익 가능성으로, 잠깐 오르던 때를 제외하고 계속 지지부진한 장세를 지속했다. 급기야 하반기 들어서는 큰 조정을 받았다. 이런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더 투자하기보다는 관망하거나, 투자했던 것을 현금화한다.
- 특히 몰빵투자로 시장의 평균 수익 이상을 거둔 만큼, 시장이 무너지면 그 피해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자문형 랩을 통합적 자산관리로, 여기에 돈을 넣어두면 모든 자산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한국 애널리스트는 왜 사라고만 하나?
-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 주식에 대한 코멘트(투자의견)는 항상 이슈가 된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는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는 별 관심 없이 흘러가 버리기 일쑤인 반면, 외국계 보고서는 각 언론에서 주요 기사로 다뤄지며, 승승장구하던 주식의 상승세도 꺾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신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선전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했을 때, 같은 뉴스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현대차의 성장성이 정체됐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 반면, 국내 증권사 대다수는 실제에 비해 우려가 지나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낙관한다. 만약 이 같은 뉴스를 전후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지나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해 저평가 매력이 높아졌다며 더 살 것을 추천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국내외 증권사 수익모델
-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의 시각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수익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는 주식 매매중개수수료 수입의 비율이 적게는 40~50%에서 많게는 70~80%에 이른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 금융 선진국 증권사들의 매출 비중은 투자은행(IB) 업무와 자기 자본투자(PI) 부문의 비중이 절반 이상 된다.
-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자금조달 관련 중개업무, 주식, 채권 등에 대한 직접투자로 돈을 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국내와 해외 증권사들의 이해관계는 좀 다르다. 국내 증권사들이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많은 주식거래를 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상승장이냐, 하락장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 외국계 증권사들은 시장에서 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망한 투자처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이 자금력을 토대로 IB업계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창구를 통해 많은 돈이 거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증권사만큼 절박하지는 않다.
늘어나고 있는 '사실상 매도' 보고서
-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도, 점차 부정적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매도'라는 투자의견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경고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투자의견은 '중립' 또는 '보유'로 유지하면서 목표 주가를 현재 주가보다 낮게 제시하는 것이다.
- 어떤 기업의 주가가 5만 원이라고 할 때, 한 증권사가 7만 원이던 목표주가를 4만 원으로 낮췄다면, 앞으로 1만 원은 더하락 해야 적정주가에 도달한다는 얘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투자자라면 보유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팔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 업종 비중 축소도 애널리스트들이 애용하는 부정적 코멘트다. 개별기업에 대해 팔라고는 못 하지만, 전체 주식자산 중 특정 업종의 비중을 낮추라는 뜻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해당 업종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 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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