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상품 찾는 부자들
- 지난 6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회사 텐스토렌트에 투자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상품이 1주일 만에 '완판' 됐다. 애플, AMD, 테슬라를 거친 '반도체 설계의 전설' 짐 켈리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한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삼성증권이 1000억 원 이상 자산가들에게만 독점 판매했는데 모집액 650억 원이 금세 마감됐다.
2000억 원대 자산가인 A 씨는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테슬라 창업자 일론머스크가 세운 aI 기업 xA에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슈퍼리치들로부터 200억 원을 모아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을 애정인데, 우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A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 일반투자자에게 생소한 금융투자상품이 초고액 자산가 사이에서 소리소문없이 팔려 나가고 있다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신기술 사업투자조합, 사모금전신탁, 사모대출펀드(PDF) 등 듣도 보도 못한 상품이 자산관리(WM) 시장에 등장한다. 이런 상품들은 리스크가 커서 최소 투자금 10억 원 이상, 자산규모 1000억 원 이상 자산가에게만 판매된다.
일반인은 정보를 알 수도 없고, 투자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자산 규모에 따라 WM 시장이 양분화되는 이유다.
판박이 금융상품 파는 시대는 지났다
- 2000년대 초 WM 시장을 지탱하던 주축은 주식 채권 펀드 세 가지였다. 초고액 자산가 대상 PB센터에서 파는 상품도 일반 영업점과 다르지 않았다. 급등하는 테마주를 잘 찍어주는 게 별 종목 중심 주식트레이더들이 PB업계를 주름잡은 배경이다. 이후 주가연계증권(ELS) 파생연계펀드(DLF) 등 파생결합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부동산시장 호황기 때는 건물과 토지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런 상품은 은행 증권사 투자은행 (IB)을 통해 고금리로 판매되며 투자자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겨다 줬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19 사태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슈퍼리치들은 주식 부동산 등 전통 자산에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투자회사가 대량으로 찍어낸 '판박이신' 상품보다 차별화된 구조화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금융투자회사도 예전에는 좋은 상품을 많이 파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부자들의 세분화된 요구를 충족시켜 줄 창의적인 상품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슈퍼리치가 상품 설계하고 운용 지시
- 구조화 상품으로 큰 돈을 번 슈퍼리치들이 자본/정보/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상품을 직접 제안하는 것도 최근 트렌드다. 이들은 수동적인 상품 구매 고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자산 설계자로 변신했다. 텐스토렌트 투자의 경우, 반도체사업을 하는 고액 자산가가 증권사에 공동 투자를 제안해 투자조합상품으로 만들어졌다.
VIP 고객이 직접 소싱한 달이 연간 수십 건이다. 상장이나 회사채 발행, 증자 등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이 될 수 있는 IB 거래를 패밀리 오피스고객으로부터 소개 받기도 한다. IB 뱅커들이 회사를 찾아다니며 영업하지 않아도, 기업을 운영하는 자산가들을 WM 시장에 가둬놓으면 관리 보수도 받고, 거래도 따낼 수 이어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부자가 된다는 건 투자 기회가 많아진다는 뜻. 부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투자해야 좋을지 누구보다 먼저 알기 때문에 이들이 WM 시장에서 투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모펀드와 증권사, 고액 자산가 간 삼각 협업
- 작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할 당시 IMM자산운용은 싱가포르 테마섹에서 셀트리온 주식을 매수한 뒤 구조화해 증권사 패밀리 오피스 고객에게 팔았다. 최저 수익률 연 5%를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1150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와 원금을 받는 PDF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도 중위험/중수익을 기대하는 슈퍼리치들에게 인기다.
한 PB는 "요즘 슈퍼리치들은 달러, 채권, 비상장 주식 등으로 직접 자산 배분 비율을 설계한 뒤 자신이 정한 내부수익률에 맞는 상품이 가져오라고 디테일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부자들 최애는 '비상장 주식'
- 자산관리(WM) 시장에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2014년 10월 다음카카오 상장 때다. 상장주관사인 삼성증권은 기업공개(IPO) 1년 전 카카오 임직원의 우리사주를 매입해 '비상장주식 편입 특정금전신탁' 상품으로 만들어, 고액 자산가들에게 판매했다.
돈이 필요한 임직원이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팔면, 지분 구조가 복잡해지고 주가가 출렁일 것을 우려해 자산가들에게 한꺼번에 주식을 넘기는 상품을 설계했다. 이 신탁은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2조 원으로 평가하고, 200억 원 규모 우리 사주 25만 주를 매수했다. 카카오 주가가 상장 이후 급등하며 투자자들은 수십 배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도 벤처케피털(VC)인 L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보툴리눔톡신 개발사 휴젤의 지분 1.2%를 매입해 사모 특정금전신탁 상품으로 만들어, 고액자산가들에게 매각했다. VVIP PB 센터장 등 일부를 대상으로 수요를 파악한 지 20녀 분 만에 45억 원의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은 상장에 실패하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지만 한번 터미녀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손실을 봐도 타격이 작은 '찐 부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비상장 주식 성공 사례
- 비상장 주식 투자 성공 사례가 이어지자 증권사들은 유망 분야와 투자 기업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미래에셋 회장은 기업가치 33조원 규모의 xAI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SK판테코, KT 클라우드 등도 고액 자산가가 참여한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의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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