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감 능력
- '다른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 '사회적 지능', '사회적 감수성'이라고 할 수도 있고, 독일어로 '인간 이해'라고 할 수도 있다.
한 연구에서, 미국 직업 훈련소에 다니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같이 공부하는 미국인 학생 중 만약 직업 외교관이 되어 그 외국인 학생의 고국에 주재하게 되면 가장 성공하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동료의 이름을 알려 달라고 했다. 이 요청에 놀라울 정도로, 의견의 일치가 나타났다.
어떤 미국인은 외국 어디에서나 환영받을 것이라고 여겨졌고, 어떤 미국인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어김없이 선택되는 부류와 단 한 번도 선택되지 않은 양극단의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자는 그들을 구분하는 특성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공감 능력'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밝혀졌다. 선택받은 사람들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뚜렷한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잘 파악하는 재주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에 민감했다. 그들은 인간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했다. 이 연구에서 두 가지 발견이 특히 중요하다.
1) 대인 관계 기술은 특정 문화에 특유한 것이 아니다. 표본이 된 모든 나라 사람들이 모두 같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선택했다.
2) 재능은 대체로 공감 능력에 해당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고, 거기에 맞출 수 있는 유연한 능력을 말한다.
- 자기가 지각한 단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쾌한 일에 연루되지 않고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현실적인 지각 덕분에 그는 마찰을 피하고, 관계를 성공적으로 맺을 능력을 얻는다. 반면에, 이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신의 기술을 신뢰할 수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경계해야 하고, 낯선 사람들을 범주로 몰아넣고, 그들을 한 덩어리로 여기면서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교한 판별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고정관념에 의지한다.
공감능력의 토대
-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안정된 가정 환경, 심미적 감수성, 높은 사회적 가치가 힘을 합쳐서 만들어낸 산물일 것이다. 공감 능력은, 그 기원이 무엇이건 간에, 관용을 지닌 성격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2. 자기 통찰
- 자기 통찰이라는 특질도 비슷하다. 연구에 따르면, 자신에 대한 지식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과 연관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인식적이고, 자기비판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볼품없는 습관에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과 단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관용적 집단과 편견을 지닌 집단 차이 연구
- 관용적인 사람들이 품은 자아 이상은, 흔히 현재 자신에게 부족한 특질을 요구한다. 반면에 편견을 지닌 사람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자아는 현재의 자기와 같은 사람에 상당히 가깝다. 관용적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더 안정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이상적인 자아와 실제 현실의 불일치를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을 알며, 자신이 발견한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자기 인식은, 자신의 단점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고 싶은 유혹을 줄여준다.
- 또 다른 연구는, 스스로 느끼기에 자신이 평균적인 사람보다 편견이 더 심한 것 같은지 덜한지를 물었다. 관용적인 사람은 실제로 거의 모두 자신이 편견이 덜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편견적인 피험자들은 불과 5분의 1만이 자기가 평균 수준 이상의 편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보편적인 내향성
- 그들은 상상의 과정, 공상, 이론적 고찰, 예술 활동 등에 관심이 있다. 반면에 편견적인 사람들은 관심사가 외향적이고, 갈등을 곧잘 외재화하며, 자기 자신보다 주위 환경에 더 마음을 빼앗긴다. 관용적인 사람은, 외적/제도적 거점보다는 개인의 자율성을 바라는 욕구가 있다.
3. 내부 처벌성
- 내향성과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스스로 놀릴 수 있는 능력은, 내부 처벌적 경향성으로 이어진다. 자기 비난이 투사에 의한 외부 비난을 대신한다. 이런 특질은 조금 더 적극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우애) 물론 그런 동정심은 혼재된 마음 상태일 수 있다.
불우한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우쭐한 기분을 느끼기는 쉽다. 그리고 때때로 그런 열성은 강박적이고, 신경증적 인성질을 띠기도 한다. 그러나 이타적인 것이든 아니면 이기적인 것이든지 상관없이, 동정심은 내부 처벌적 경향성과 연관될 가능성이 많다. 여기서 흔한 사회화된 성격 유형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유형의 관용적인 사람은 사회적 약자에게 진정으로 동정심을 느낀다. 자신의 열등함과 초라함을 깊이 느낀다. 그는 곧잘 자기 비난을 한다. 타인의 고통에 빠르고 예민하게 공감한다. 그리고 동료 인간들의 운명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서 행복을 찾는다.
내부 처벌적인 모든 성격이 이런 징후를 완벽하게 발달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유형이 드물지는 않다.
4. 모호성에 대한 관용
- 편견을 지닌 사람들의 정신 작용을 특정짓는 특유의 인지 과정 중 범주의 경직성, 이분법적 사고 경향, 선택적 지각, 기억 흔적의 단순화, 명확한 정신 구조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이 특징들은 편견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므로 관용적 성격의 전형적인 정신 작용도 특유의 속성으로 그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들의 정신세계를 특정짓는 것으로 보이는 유연성, 분화, 현실 감각을 단 한 구절로 명시하기는 어렵다. 그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것은 '모호성에 대한 관용'을 들 수 있다. 여기 포함된 원리는, 민족 집단에 대한 관용적 사고는, 편견적 사고 못지않게 인지 작용의 총체적 양식을 반영한다.
5. 개인적 가치관
- 관용적 사고방식은, 인지 작용의 양식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생활 양식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관용적인 태도가 아니라, 유형이 존재한다. 기질, 정서적 안정, 내부 처벌성, 범주의 분화, 자기 통찰, 유머, 좌절 내성, 모호성에 대한 관용, 이 모든 것과 그 밖에 다른 많은 요소가 이 유형에 들어간다. 이 유형은 종합인 것이다.
한 연구에서 관용이 어떻게 삶에 대한 한 개인의 가치 지향에 깊이 뿌리박히는지를 보여준다. 조사자는 대학생들이 지닌 가치관을 에두아르트 슈프랑거가 제안한 여섯 범주에 따라 측정했다.
강한 편견 | 약한 편견 | |
가장 높은 가치 | 정치적 | 미적 |
경제적 | 사회적 | |
종교적 | 종교적 | |
사회적 | 이론적 | |
이론적 | 경제적 | |
가장 낮은 가치 | 미적 | 정치적 |
- 가치의 순서는 두 집단에서 거의 정확하게 역전된다. '정치적' 가치는 권력에 대한 관심을 뜻한다. 이것은 곧 그 사람이 일상에서 이뤄지는 교류를 습관적으로 위계, 통제, 지배, 지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렌즈로 삶을 바라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외집단을 지위가 낮고, 가치가 떨어지고, 어쩌면 경멸적이기까지 한 대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한편 '미적' 가치는 특수성에 대한 관심을 뜻한다. 삶에서 마주하는 각각의 사건들, 예를 들면 일몰, 정원, 음악, 성격 같은 것은 그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적 태도는 범주를 만들지 않는다. 각각의 단일한 경험은 그 자체로 완전하며, 본래적 가치를 갖는다. 심미적인 사람은 각각으로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그를 한 개인으로 판단하지,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편견적인 사람이 '미적 가치'를 낮게 두고, 관용적인 사람은 '정치적 가치'를 낮게 둔다는 것에서 정반대의 결과를 볼 수 있다.
6. 삶의 철학
- 사람들은 포용주의적인 생활 양식을 선호한다. 어떤 사람은 다정다감함을 거의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또 어떤 사람은 어릴 때 받은 교육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교육 수준도 일조한다. 특히 기본적인 안정감과 자아의 힘(ego-strength)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억압하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개인의 안전을 위해 제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보장에 집착하는 경향성에 맞선다.
문제의 핵심은, 살아 있는 사람은 모두 후천적 학습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완성하려고 노력한다는 데 있다. 탐색은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1) 배제를 통한 안전, 거부적 평형을 통한 안전을 원한다.
2) 이완과 자기 신뢰의 길, 이것은 타인에 대한 신뢰의 길이다.
사랑과 증오에 관한 이론
- 사랑과 증오에 관한 이론은, 모든 사람은 본래 신뢰와 친애의 인생 철학을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이 성향은 어머니와 아이, 땅과 생명체의 초기 의존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친애가 모든 행복의 원천이다. 이 본래의 친애적 경향이 심각한 손상을 입고, 왜곡될 때 증오와 적개심이 자라난다.
증오는 자아의 핵심을 무너뜨리는 좌절과 박탈을 잘못 다룬 결과다. 만약 이런 관점이 옳다면, 성숙하고 민주적인 성격의 발달은 대체적으로 내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문제에 달린 셈이다. 삶에 참기 힘든 위험이 없거나, 아니면 내면의 힘으로 그런 위협을 적절히 다룰 수 있을 때에만 온갖 부류, 온갖 상태의 사람들과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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