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은 물질만의 문제는 아니다
- '빈곤'이라는 말은, 라틴어 'miser=곤궁한, 불행한'에서 파생되었다. 어떤 이유로든, 늘 동정받는 사람, 병이 들거나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 직업고 없고 친구도 없는 사람,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물질과 정신적인 재화가 없는 사람을 빈곤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빈곤을 영향력이나 인생 설계 능력이 없는 상태로 보기도 하고, 순전히 정신적 태도나 특별한 '생활방식'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하위문화이론'에 따르면, 빈곤은 소득이나 재산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빈곤층의 자세나 개인적 성격으로 판단해야 한다.
빈곤한 문화 속에 사는 사람들은 지방이나 지역을 지향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국가제도에 매우 제한적으로 합류하며, 설사 수도의 중심지에 거주한다고 해도 뚜렷한 소외계층을 형성한다. 열악한 학교 교육을 받았고, 노조를 비롯한 공식기구에 소속되지 못한다. 정치적 관심도 없고, 참여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백화점, 미술관 등 사회 주류의 문화시설과 접촉하지 못한다. 경제적 생존을 위해 계속 시달리며 실업이나 불완전 고용, 최저임금과 끊임없이 맞서 싸워야 하는 상태에 있다. 대부분 미숙련 분야의 일에 매달리며, 저축할 능력이 없고, 고질적인 현금 부족에 시달린다. 최소한의 식품 비축도 하지 못하고 개인의 재화를 저당 잡히며, 지역의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린다. 또 돈이 생기면 지인들을 위해 스스로 비공식적인 신용 제공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빈곤층과 빈곤의 특징으로 따라 다니는 것 들
사적인 공간이라고는 없는 아주 협소한 숙소에서의 생활, 늘 정원을 초과하는 주거공간, 대립에 따른 폭력의 빈번한 발생, 자녀교육에서 빈번한 물리적 처벌, 아내 구타, 조기에 성행위 시작, 남자의 두드러진 '혼외' 성접촉 경향에 따른 장기적인 '사실혼 관계', 남성의 높은 가정 유기율, 엄마 중심 가정의 높은 비율, 지배적인 핵가족 현상, 강한 권위주의 성향과 가족 유대에 대한 지나친 강조, 만족을 뒤로 미루거나 미래를 설계할 뚜렷한 능력의 부재에 따른 두드러진 현재 지향, 체념과 숙명론의 감정, 남성 우월에 대한 믿음, 온갖 심리적 병리학에 대한 지나친 관용
- 이런 상황을 기준으로 볼 때, 가난이란 본질적으로 건전한 인간의 표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결핍되었거나 궁지에서 스스로 벗어날 능력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흔히 세상에서 '궁핍하고 불행한 사람'이라고 하면 돈을 못 버는 사람을 가리키듯이, 빈곤의 하위문화는 무엇보다 낮은 소득의 토대에서 자라난다.
지갑이 비면 마음이 병든다
- 괴테
아마르티아 센의 빈곤 개념
- 빈곤의 합리적인 측정은,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이 보여준다. 인간의 순수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이른바 '영양상의 빈곤선'과 돈의 허점을 얘기했다. 인간은 밥만 먹고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로지 물리적인 최저소득에 맞춰진 빈곤선(poverty line)은, 인간 존재의 중요한 측면을 완벽하게 외면하기 때문이다.
1) 필수적인 식품의 평균범위
- 필수적인 식품의 평균 범위가 센이 볼 때는 '움직일 수 없는 빈곤선의 절대적인 핵심'이다.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절대 기준에 따라 사회적 존재로서 기능하는 데 필요한 것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한다. 예를 들면, 하와이에 사는 가족에게는 집 안에 난방시설을 이 필요 없을 것이다. 또 아이들에게 두툼한 외투나 방한용 장화를 사줄 필요도 없다.
이런 것들이 없어도 이 가정은 절대 빈곤하지 않다. 반대로 스톡홀름에 사는 가족이라면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이렇게 포기할 수 없는 기본 욕구는, 자연과 사회적 환경에 달려 있다. 공간적으로 넓게 흩어진 활동적인 사회에서는 근거리 대중교통이 없다면, 승용차는 생활필수품에 속한다.
승용차가 없는 가정은 공동체의 사회생활에서 소외될 것이며, 절대적인 의미에서 '빈곤하다'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옹기종기 모여 사는 시골 마을이라면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데 승용차는 불필요할 것이다. 여기서는 자동차가 없는 살림은 절대적인 의미로 '빈곤한' 것이 아니다.
2) 일반적인 생활방식
- 도식적으로 중위소득의 몇 퍼센트라는 방식이 아닌, 이때의 보편적 복지는 간접적인 영향만 준다. 냉장고를 예로 들면, 과거에는 '사치품'일 때도 있었다. 골목마다 신선한 식품이 널린 사회에서는 사실상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차츰 부유해지면서 슈퍼마켓마다 냉동고가 들어서면서 냉장고는 필수품이 되었다.
같은 상품이라도 사회적 환경에 따라 전혀 필요하지 않은 사치품이 되기도 하고, 인간다운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날 PC로 접속하는 인터넷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은행업무나 연락을 전자수단으로밖에 할 수 없는 때가 얼마든지 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PC와 인터넷이 없는 인간다운 생존이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인간다운 생존을 위한 재화의 불가피성이, 내 이웃이 이 재화를 가지고 있는가 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다운 생존을 위한 재화의 불가피성은 오로지 나 자신의 발전 가능성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A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가능성은 인간다운 삶의 일부이며, 내 이웃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와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내 이웃의 생활과 나의 빈곤과는 관계있다고 해도 간접적일 뿐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모든 주민이 자동차를 사서, 내가 버스로 출근할 수 없게 되면, 내 이웃의 생활은 나를 빈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내 집 좌우로 사는 이웃들이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데, 나는 소형 자동차를 살 돈마저 없다고 할 때, 이 상황 자체는 빈곤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아마 시기심이나 불만, 차별된다는 느낌은 들겠지만 센이 볼 때는 이런 것은 빈곤과 아무 관계가 없다.
3) 내 발전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
- 이 발전 가능성에는 먹는 것과 자는 것, 바람과 눈비로부터 보호해주는 피난처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공동체에 수용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능력이나 멀리 떨어진 친구나 동료와 필요할 때 접촉할 수 있는 능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즉, 완전한 자격을 갖춘 사회적 존재로서 기능하는 것 (또는 필요할 때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발전 가능성으로부터 차단된 사람은 '빈곤한 것'으로 간주된다. 빈곤은 행복의 반대 개념이 아니다. 어쩌면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지내는 아이들이, 골프 코스에서 권태를 느끼는 억만장자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길거리의 아이들은 빈곤하고, 억만장자는 그렇지 않다.
결론적으로 빈곤은, 한 인간이 지붕이 있는 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잠잘 수 있는지 없는지 하는 것처럼, 어떤 사물을 누릴 수 있는가 아닌가에 좌우되는 문제다. 그가 거기서 느끼는 유용성(행복감과 만족감)과는 무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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